분양 공고

<작업 노트> 새삼 언급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재개발, 뉴타운 열풍이 전국에 몰아치고 있다. 사업 허가를 경축하는 현수막이 걸리기가 무섭게 가림막이 올라가고, 건설장비들이 드나들며 잔인한 상처들을 쏟아놓는다. 그리고 곧 뭉개져버릴 그 흉한 상처에는 땅과 집에 얽힌 사람들의 엇갈린 삶의 바램, 욕망들이 스쳐간다. 수 십년 지내온 삶의 터전에서 알량한 이주비를 받고 쫓겨가는 사람들과 보상은 받았지만 천문학적인 액수의 분양가에 떠나갈 수 밖에 없는 원주민들과 남들이 하는대로 오늘날 돈 버는 방법이라며, 콩알만한 땅을 쪼개서 수평에 몇 억씩 주고 전입한 외부인들과 그리고 새로 들어설 아파트에 입주할 희망에 부푼 입주 예정자, 청약자들. 누군가의 바램과 희망이 다른 이에게는 상처와 시련이 되고, 이렇게 벌어진 상처는 이윽고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잊혀져 버릴 듯 하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될 재개발의 논리는 십 수년 혹은 장소를 바꾸어 또다시 상처를 드러내고, 어제의 바램과 희망이 오늘의 상처와 시련이 되어 우리 모두는 영원한 피해자의 굴레에 갇히고 말 것을 예고한다. 전국민의 ‘폭탄 돌리기’에 비유되는 이 거대한 게임에서 결국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제발 그것이 터지는 때가 내 차례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바라는 마음을 담아 돌탑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 땅의 상처를 스쳐가는 사람들의 엇갈린 삶의 바램, 욕망들이 이뤄지도록-심지어, 건설사나, 조합이나, 방관자적인 지자체까지도 말이다- 기원하고, 이 땅을 떠나간 사람 그리고 떠나올 사람들의 소망과 바램에 대한 기원을 담아서 벽돌, 콘크리트, 슬레이트, 타일조각, 유리, 기왓 조각들을 쌓아 올린다. 반쯤 부서진 계단에, 난간에, 건물들의 흉물스런 잔해 위에, 땅을 벌려 들어낸 벌건 흙 위에, 위태하게 쌓여가는 돌탑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이렇게 기원해주는 것이 전부인 것이다. 조만간 비바람에, 혹은 현장 관계자의 눈에 띄어 쓰러지고 말 위태한 돌탑. 쌓고 허물어지고 그리고 또 쌓고 허물어지기를 반복하는 이 돌탑은, 결국 짓고 허물기를 반복할, 이 땅에 올려질 아파트의 운명을 예고하는지도 모른다.